Interview / LPBA Pro 당구 여제 김가영, 치명적인 실력-뇌쇄적인 매력의 유아독존

PBA / 유진모 기자 / 2025-07-22 04:21:08

 


▲photo/조용수 기자 
[Brilliant Billiards=유진모 기자] 트로이 전쟁은 왜 발발했을까? 약 3300년 전 그리스. 바다의 님프 테티스와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신 중 융리하게 초청받지 못한 불화와 다툼의 여신 에리스는 분노해 식장 입구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적힌 황금 사과 하나를 던진다. 이에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등 세 여신이 서로 자신이 받아야 한다며 치열하게 다툰다.

- 단언컨데 LPBA '황금 사자'의 주인공
머리가 지끈지끈한 제우스는 트로이의 왕자로 태어났으나 신탁 때문에 버려져 목동으로 자란 파리스에게 심판을 맡긴다. 헤라는 권력을, 아테나는 전쟁의 승리를, 그리고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각각 뇌물로 약속하고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함으로써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얻는 데 성공하지만 트로이 전쟁을 유발한다.

▲photo/조용수 기자 
LPBA에는 실력에 미모까지 겸비한 '여검객'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LPBA의 최고 여신은? 미모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중세 서양에서는 한때 뚱보가 미녀였다. 그러나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이라는 전제가 달리면 선택은 명료해진다. 김가영(42)은 미모는 물론 클래스가 다른 실력의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블랙 맘바. 한 번의 독으로 성인 10명을 죽일 수 있는데 공격성까지 매우 강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빠른 뱀으로 손꼽힌다. 방울뱀의 독보다 70배나 더 치명적이라니! NBA(미국 프로 농구)에서 활약했던 코비 브라이언트의, 그리고 PBA-LPBA 투어(대한민국 프로당구협히 주관 당구 대회) 하나카드 하나페이 소속 선수 김가영의 별명이다.

김가영이 캐롬 3쿠션 선수로 전향하기 전 포켓볼 선수로 활약하던 때 유명한 여자 선수는 한국계 미국인 자넷 리로 별명이 검은 독거미였다. 두 사람의 인연이 있기에 누군가 다분히 이를 의식해 블랙 맘바라고 지은 듯하다. 그런데 아주 잘 어울린다. 2025-2026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하며 무려 8연속 우승, 총 15회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썼다.


 photo/ PBA 협회 제공
테이블 위에 엎드려 수구와 제1적구를 바라보는 김가영의 매서운 눈매와 살짝 주름진 얼굴에서 누구라도 물어뜯을 듯한 치명적인 공격성이 엿보인다. 웬만한 강심장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면 그녀의 이름값과 더불어 이 자세와 표정만으로도 잡고 있던 큐를 손에서 놓칠 듯 도발적이다. "조심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독사라고!"라는 경고를 보내는 듯하다.

UMB(세계캐롬당구연맹)에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라는 강렬한 여전사가 있다면 LPBA에는 단연코 김가영이다. 클롬펜하우어의 강렬함이 위세라면 김가영의 그것은 매우 관능적인 권세라고 할 수 있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센 언니'의 느낌이 강해 범접하기 어렵겠지만 대다수의 남자들에게는 우러를 만한 이상형이기에 감히 도전하고 싶은.

그녀에게서는 배우 김혜수와 가수 이효리가 어른거린다. 알고 봤더니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 중에서도 전방에 배치된 이름. "평소에 매우 존경하는 선배, 음~ 언니죠. 김혜수 님은 무척 깨어 있는 게, 이효리 님은 매우 용감한 게 제게 귀감이 돼요. 아주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치잖아요. 그 떳떳함과 솔직함은 제 인생철학과 궤를 함께하거든요."

워낙 교과서적인 루틴으로 연습과 체력 단련에 매진하느라 책 읽는 시간을 제외하면 영화, OTT, TV 드라마 등을 시청할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영화 '밀수'를 재미있게 보았다고 한다. 김혜수 때문일 수도 있고, 류승완 감독의 연출 스타일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김혜수와 염정아의 조화 때문? 한 가지 확실한 건 결코 남자 배우 때문은 아니라는 것.

자신을 섹시하다고 평가하는 데 대해 고맙게 받아들이면서도 평정스러울 만큼 덤덤하다. 결코 경망스럽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연애요? 늘 해 왔어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결혼에 대한 생각은 통상적이지 않습니다. 당당하면서도 겸손한 남자가 좋아요. 과신이나 맹신이 아닌, 소신을 갖춘 남자요. 물론 저와 취미가 유사하다면 금상첨화이겠죠."

그녀의 여동생 민정 씨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대회 때면 항상 부모가 객석에 앉아 응원하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민정 씨와 조카도 종종 볼 수 있다. 아버지 김용기 씨는 김가영이 아직 결혼하지 않은 데 대해 아주 쿨하다. 딸이 의지대로 연애하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것을 응원한다. 어머니 박종분 씨는 민정 씨를 통해 대리 만족한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아버지를 통해 당구에 입문했다. 젊었을 때 유도를 한 부친은 183cm의 매우 장신이다. 다리가 길고 신발 사이즈가 농구 선수처럼 무려 295mm나 된다. 상의의 경우 국내의 XXL 사이즈도 작다. 그래서 한때 미국에서 활약하던 시절 귀국할 때는 꼭 아버지의 옷과 신발을 챙겨 왔다. 폴로 랄프 로렌 기준 XL 사이즈가 맞는 체격이다.

모친보다 부친을 더 많이 닮은 듯하다. 한때 대한민국에는 친탁이냐, 외탁이냐가 중시된 적이 있다. 아무려면 어떠랴. 김가영은 매력적이고 그녀의 아버지는 아주 근엄하게 세월의 흔적을 어깨에 짊어졌으니. 아버지와 딸은 나이가 들수록 소원해지기 십상인데 김가영은 누나 같은 듬직한 딸로 아버지를 섬기고, 아버지는 딸의 영원한 응원군이자 팬이다.
▲photo/ PBA 협회 제공
- 유난히 긴 팔다리, 패션 감각에도 품격과 철학이
이제 김가영을 향한 블랙 맘바라는 별명은 한 발 물러나야 할 듯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당구 여제가 걸맞은 당구 여전사이다. 2025-2026 시즌 개막전 결승전에서 차유람을 76분 만에 4 대 0으로 돌려세웠다. 공은 둥글기에 구기 스포츠의 승패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 결승전 하나만 놓고 본다면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김가영이 소속된 팀 하나카드 하나페이의 리더는 NH농협카드 그린포스 소속 선수 김보미의 아버지인 김병호이다. 팀 리그 때 화면에 비친 김병호와 김가영은 누이와 오빠라기보다는 동생과 형, 혹은 동생과 언니 같다. 그녀의 포스가 세다는 선입견 때문? 복식 경기 파트너로는 튀르키예의 무라트 나지 초클루와 일본의 사카이 아야코가 잘 맞는다.

2025-2026 시즌 개막전에서 김가영과 초클루가 남녀 부문 정상에 함께 오르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김가영은 누구보다 초클루의 우승을 축하했다. 초클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중퇴한 뒤 거리로 나가 빵을 팔고 구두를 닦았다고 한다. 이후 택시와 버스를 운전하며 생계를 이은,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런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김가영의 기쁨과 감흥이 그만큼 컸던 것. 튀르키예는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고 공존하는 곳이다. 한국 전쟁 때 대한민국을 위해 파병해 준 우방국으로 친근감이 특별한 나라. 혼합 복식에서 이긴 김가영과 초클루가 포옹하는 장면을 객석의 아내 에멜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며 웃는다. 그만큼 친하다.
▲photo/ PBA 협회 제공
김가영이라고 하면 LPBA에서 개성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옷차림으로 유명하다. 경기 복장부터 보수적인 UMB에 비해 PBA는 개방적인 편. 그럼에도 아직 '유니폼' 개념이 잔존해 있다. 그러나 김가영은 다르다. 팀 리그 때는 팀 색깔을 지키지만 개인전 때, 특히 순위 경쟁이 위로 올라갈수록 다른 선수와는 차별화된 패션을 보여 준다. 팬 서비스이다.

그녀는 부친을 닮아 팔과 다리가 길다. 즉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잘 안 맞는다. 그래서 미국의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띠어리(Theory)를 선호한다. 명품보다는 저렴하지만 품격은 결코 싸구려가 아니다. 중저가 브랜드에 비교하면 결코 싸다고 할 수 없지만 명품에 비교하면 합리적인 가격. 이처럼 패션 센스에도 자신만의 색깔과 철학이 담겨 있다.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은 어떤 것일까? 짐작이 어렵지 않다. 서구식 정장 아니면 운동복. 아니면 레깅스이다. "제게도 단점이 왜 없겠습니까? 그런 것들을 고려할 때 일단 정장을 입으면 편해요. 어떠한 자리이든, 누구와 만나든 장소와 사람에게 최소한의 존경심을 표시한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다들 아시겠지만 입은 옷대로 언행이 따라가기 마련이죠."

까무잡잡하면서 탄력이 강한 피부, 키 169cm-몸무게 54kg의 서구적 체형, 미모만큼이나 강렬한 자신감과 소신과 의지, 남자들이 좋아하는 긴 헤어스타일. 그러나 또 단점이 있다고 한다. 바로 헤어. 숱이 매우 많고 약간 곱슬이다. 짧게 자를 경우 머리가 엄청나게 커 보인다. 그래서 기른 것인데 남자들이 열광한다. 우아한 백조의 물속의 다리처럼.

강한 이미지 때문에 술을 잘 마실 것 같다는 선입견이 들지만 안 좋아한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마시지만 그것도 아주 조금이다. 안 좋아하는 데다 다음 날 트레이닝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그녀가 애제자인 박정현, 서서아 선수와 함께 식당에서 고기를 먹는 사진을 보면 테이블 위에 고기는 보이되 술은 안 보이고 음료수만 있다.
▲photo/ PBA 협회 제공
- 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매력과 직업병의 비밀은?
김가영은 모든 게 반전이다. 허구적인 것을 싫어해 드라마를 잘 안 보는 대신 다큐멘터리를 즐긴다면서도 마블의 대표적인 SF 판타지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좋아한다. 어벤져스의 대표적인 여자 히어로는 블랙 위도우(검은 독거미, 스칼릿 조핸슨)이다. 원래 러시아 서부의 스탈린그라드(현 볼고그라드)주에서 태어난 스파이 나타샤 로마노프였다.

고도의 전투 능력을 훈련받은 그녀는 팔을 감은 듯한 모양의 에너지 무기인 Widow's Bite를 사용한다. 조핸슨은 몸에 밀착된 의상을 입고 액션 연기를 펼치면서 매우 뇌쇄적인 매력을 자랑한다. 러시아 스파이로서 아이언맨과 대적하다 미국으로 전향해 쉴드에 들어가 어벤져스에 합류했다. 포켓볼에서 3쿠션으로 전향한 검은 레깅스 차림의 블랙 맘바처럼.

만약 PBA에서 어벤져스를 결성한다면 일단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가 우선순위일 것이다. 그렇다면 김가영은 여자 멤버 중 당연히 영순위이다. 참고로 그녀의 애제자 박정현(21, 하림 드래곤즈)이 대한당구연맹 소속이었던 때 UMB를 주름잡는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를 이긴 적 있다. 진정 김가영은 각종 테크닉을 고도로 연마한 당구계의 어벤져스이다!

드라마와는 멀지만 음악은 매우 좋아한다. 경기도 일산 집 근처의 한 조용한 건물의 사무실 하나를 빌려 연습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2~3000만 원은 되는 당구 테이블이 위용을 자랑하고, 한 켠에는 자그마한 침대도 있다. 물론 냉장고를 비롯해 간단한 살림 도구도 갖추었다. 그런데 한쪽에 키보드가 보인다. 원래 피아노를 배웠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다.

그리고 웬걸! 테이블 밑에 바이올린 케이스가 보인다. 트레이닝을 하다가 잘 안 풀릴 때, 스트레스 받을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등등에는 키보드 앞으로 달려가 좋아하는 곡들을 연주하곤 한다. 그러면 머리는 맑아지고 가슴은 비워진다. 그러나 바이올린은 아직 초보자 수준. 그녀에게 스포츠 외의 숙제가 있다면 바이올린 연주력 향상이 1순위이다.

뉴에이지부터 록, 클래식까지 '좋은' 음악이라면 다 즐긴다. 특히 JYP의 4인조 보이 록 밴드 데이식스의 음악을 좋아한다. 만약 그녀가 10년만 일찍 태어났다면 십중팔구 록 밴드 중 가장 위대하다는 영국의 4인조 비틀스를 손꼽았을 것이다. 데이식스는 K-팝의 아이돌과는 결이 다르지만 틴에이저 팬도 많을 만큼 시대적 흐름을 따르는 록을 추구한다.
▲photo/ PBA 협회 제공
포켓볼로 미국을 초토화시키고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한 그녀는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전인미답의 역사를 쓰고 있는 LPBA의 신화이다. 그런 그녀에게 다른 운동 감각은 없을까? 일단 지금까지 당구로 살아왔기에 체형이 이미 상당히 틀어져 있다. 이른바 직업병. 그래서 한쪽으로만 쏠리는 운동을 지양하기에 골프에는 접근할 생각이 전혀 없다.

볼링도 해 볼 의향이 없다. 스키를 타 본 적은 없지만 예전에 수상 스키와 스쿠버 다이빙을 즐겼다. 현재는 호흡 장비 없이 실내에서 즐기는 프리 다이빙에 취미를 붙였다.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이것 역시 당구와 유사하다. 한때 예술 영화 작가였던 뤽 베송 감독의 최고의 걸작으로 이론 없이 '그랑블루'(1988)가 손꼽힌다.

자크와 엔조는 절친한 친구이자 프리 다이빙 라이벌이다. 챔피언을 겨루는 경기에서 자크가 승리하자 엔조는 무리한 다이빙을 시도하다 바닷속에서 사망한다. 엔조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지만 어느 날 호흡 장비 없이 심연으로 들어가 돌고래들과 유영하다 숨진다. 엔조가 경쟁심 때문에 욕심을 부렸을까? 자크는 왜 연인 대신 돌고래를 택했을까?

두 사람의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현실 세계가 힘들고 외로웠다. 둘째, 그래서 자유를 추구했고 자연을 사랑했다. 모든 동물은 생존하고자, 번식하고자 하지만 사람은 동물이지만 짐승이 아니기에 다르다. 쇼는 계속되어야 하고, 삶은 지켜져야 하지만 휴식과 자유는 매우 중요하다. 김가영도 자유를 즐기기 위해 잠수한다. 물속은 고요하다.

'그랑블루'에서 자크와 엔조가 수영장 바닥에 앉아-당연히 물속이다-와인을 마시는 신은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순수한 그들은 각종 이권 다툼으로 인해 사기와 폭력 등의 범죄가 난무하는 현실의 공기에 숨이 막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어떻게 촬영하였을까? 37년 전 영화이다. 현재의 첨단 기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 '리얼' 상황이었다.

촬영 직후 두 배우는 실신해 병원으로 황급히 이송되었다. 응급 치료를 받은 뒤 깨어난 두 사람에게 의사는 "죽으려고 환장했냐?"라고 호통쳤다고 한다. 운동선수가 순수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스포츠 정신에 있다. 김가영의 힐링 방법은 물속에서 청정 '공기'를 마시는 것일까? 자크와 엔조처럼 치열한 경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그러는 것일까?

- 호흡 장비 없이 수중에서 힐링하며 재충전
김가영이 손에 꼽은 영화 중 하나인 '밀수' 역시 바다에서 펼쳐진다. 그녀는 1998년 대한민국 여자 포켓볼 1위에 오른 뒤 2001년 여고를 졸업하자마자 타이완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텃세와 견제에 방향을 틀어 미국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그 결과 2003년 US 오픈에서 준우승한 뒤 2009년과 2011년 미국 여자 프로 랭킹(WPBA)에서 1위를 차지했다.
▲photo/ PBA 협회 제공
2016년에도 WPBA 1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미국에서 성공적인 포켓볼 선수로 활약했지만 초기에는 녹록지 않았다. 그때 친구들과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이 수영이었다. 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성향은 대체적으로 깔끔함과 자유를 추구한다. 약 40억 년 전 최초의 단세포 생명체는 바다와 강 등 물에서 태어났고 사람의 태아는 양수 속에서 성장한다.

사람이 물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밀수'의 배경은 1970년대이고 최헌의 '앵두', 김추자의 '무인도',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펄시스터즈의 '님아', 김트리오의 '연안부두', 김정미의 '바람', 이은하의 '밤차',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등 1960~70년대 히트 곡들이 OST이다. 40대에 접어든 김가영이기에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당연히 한식. 그중에서도 어머니가 해 준 비빔국수가 1순위. 그다음은 어머니가 해 준 닭볶음탕. 미국에 머물던 때 귀국을 알리는 전화를 걸면 어머니는 제일 먼저 "뭐가 먹고 싶으냐?"라고 물었고 딸의 대답은 항상 "닭볶음탕과 제육볶음과 비빔국수요."였다. 외국 요리 중에서 좋아하는 것은 타이완과 필리핀의 전통 음식이다.

타이완에 진출했을 때 동생 민정 씨와 함께 지낸 적이 있다. 이때 민정 씨를 위해 닭볶음탕과 제육볶음을 수시로 요리해 주었기에 지금도 자신 있다. 물론 수시로 모친에게 전화해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요리할 일이 없다. 타이완 요리 중 미엔시엔을 제일 좋아한다.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스페인 음식에 대만족.
▲photo/ PBA 협회 제공
그녀는 어떤 생각, 신념, 소신, 철학 등을 지녔을까? "나이에 따라 삶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더라고요. 과거에는 미치도록 챔피언이 되고 싶었고, 돈도 많이 벌고 싶었지만 현재의 저는 그저 오늘 하루 열심히 살자는 철학으로 살고 있습니다. 무탈하게, 가능하면 크게 웃을 일이 있게 살자는. 그래서 지금은 돈 등에 대한 물욕이 전혀 없습니다. 진짜로."

"플라톤이 인간의 영혼은 지적 욕망, 감정적 욕망, 육체적 욕망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죠? 제 지적 욕망은 Field Manuald입니다. 정해진 원칙과 규율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원칙주의자들입니다. 그렇기에 감정적 욕망이 거의 없습니다. 육체적 욕망이요? 저도 사람입니다. 하하. 하여튼 저는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해요."

완벽해 보이지만 의외로 허술하다. "비행기를 기다릴 때 흔히 면세점을 둘러보잖아요. 저도 그렇게 인형을 구경하다가 비행기를 놓친 적이 있어요." 그뿐만이 아니다. 운동선수인데 운동 신경이 없다. 정확하게 반사 신경이 제로에 가까워 춤을 못 추는 게 가장 콤플렉스이다. 그런데 2012년 MBC 예능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한 적이 있다니!

자신의 성격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한 번 빠지면 끝장을 본다는 것을 꼽았다. "비장한 시작과 험난한 과정이 있어야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는 제게 빈틈이 안 보인다고 지적하시는데 저라고 왜 없겠습니까? 많죠. 그런데 모든 인간은 그렇게 허점을 메꾸면서 더 나은 결과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닐까요?"

타이완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보조 MC도 했었고, 요리 방송에 게스트로도 5번이나 출연하는 등 방송과 인연이 많다. 물론 뛰어난 중국어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완벽주의자이면서도 반전의 인간미를 갖추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중국어로 별명이 바보. 경기 중 그녀의 표정은 영화배우처럼 다양하고 화려하다. 대화할 때 손도 매우 바쁘다.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 "당구를 연습하고, 책을 읽고, 피아노(키보드)를 연주하는 그 시간과 공간은 제 존재의 이유이고, 실존적 사유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당구이죠. 제 가장 큰 소원은 더욱 많은 청소년들과 여성들이 당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날씨와 계절에 구애 없이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많은 인간이 성공과 완벽을 향해 달리는 이유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캐롬 3쿠션 선수로서 클래스가 다른 김가영은 자신이 정해 놓은 훈련 시작 시각에 절대 늦지 않을 만큼 두루딱딱이 완벽한 생활을 설계하고, 평소에는 자기 계발에 열중이다. 그런데 때로는 어리바리한 면도 있다. 그래서 완연한 시간표를 짜서 사는 것이다.
▲photo/ PBA 협회 제공
[Tips] 김가영의 미학
우아미. 조화롭고 균형 있는 통일적 아름다움. 캐롬 3쿠션은 두께, 당점, 팁, 스트로크에 마인드 컨트롤까지 전체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스포츠이다. 김가영의 자세와 스토로크는 교과서적이라고 정평이 나 있다. 그녀는 일상생활조차도 허점을 용납하지 않는 FM이다. 의상 중 검은색이 압도적이라는 것으로 입증된다. 검은색은 블랙홀이니까.

숭고미. 현실 세계를 초월한 경건하고 엄숙한 아름다움. 경기에 집중한 그녀의 얼굴에서는 무아지경이 느껴진다. 니르바나에 오른 궁극의 긍엄함.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산속에서 수행하다 속세로 내려가지만 사람들에 실망해 중력의 영을 지고 자신만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 신을 죽이고 위버멘시(극복인)가 된다. 김가영은 적을 무찌르며 초인에 오른다.

비장미. 비극적 인식 속의 감동적 아름다움. 프로메테우스(선지자)가 티탄족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사하자 제우스는 그를 코카서스산에 결박해 독수리로 하여금 매일 간을 쪼도록 했다. 그게 슬픈가? 그는 간이 쪼이는 동안 인간이 불의 혜택을 받는 광경을 떠올리며 웃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김가영의 삶도 그녀만의 선택이다. 결혼도, 미혼도.

골계미. 풍자와 해학의 웃기는 아름다움. 마음먹고 구사한 회심의 일격이 득점과 연결되지 못했을 때의 김가영의 다양한 표정. 볼을 풍선처럼 부풀리기도, 천장을 향해 고개를 꺾고 한탄하기도, 매우 화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녀의 목덜미에는 관중석 팬들의 한숨소리가 부딪친다. 결국 그녀는 승리하고 팬들은 그녀의 '개그콘서트'에 허탈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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