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태백여신' 박정현,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김가영 키드

Player Story / 유진모 기자 / 2025-07-24 04:56:33
- 색칠하기와 미니어처 조립이 취미인 밝은 미녀
'박' 수를 받으며 LPBA에 입성한 새로운 미녀 스타,
'정' 밀한 실력에 미모와 몸매까지 겸비한 차세대 스타,
'현' 여제 김가영의 애제자, 챔피언 후계자를 꿈꾸는 박정현(21).
▲photo/조용수 기자 
[Brilliant Billiards=유진모 기자]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여자는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이다. 그런데 UMB(세계캐롬당구연맹)에 남자 선수들과 겨루는 여자 선수가 있으니 네덜란드의 테레사 클롬펜하우어이다.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 2025-2026 시즌에 PBA TOUR에 가담하며 프로 당구 세계에 뛰어든 박정현이 대한당구연맹 시절에 클롬펜하우어를 두 번이나 꺾은 적이 있다.

프로의 세계는 달랐고 정확했다. 박정현은 개막전에 이어 2차 투어에서도 첫 실전에서 쓰라린 패배의 맛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활짝 웃는다. PBA에 열 번째 구단으로 참여한 하림드래곤즈가 그녀를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외롭지 않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그녀는 '김가영 키드'라 불리는, '당구 여제' 김가영의 애제자이다.

또 한 명은 대한당구연맹에 있는 서서아 선수. 이제 박정현은 그 어렵기만 하던 '김가영 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로 당구 선수가 되었다. "가영 쌤이요? 처음에는 엄청 어려웠죠. 별명이 블랙 맘바잖아요. 실제로 굉장히 정확하다 못해 매우 차가울 정도인데요. 그런데 아주 친해지면 의외로 허술한 면이 많고 눈물도 많아요. 제가 놀리죠. 하하하."
▲photo/조용수 기자 
아마추어 3쿠션 세계 랭킹 1위 출신으로 프로 당구에 도전하는 김준태(30)가 하림의 리더이다. 그 외 국내 여자 아마추어 랭킹 2위 박정현, 당구 천재 김영원(17), LPBA 챔피언에 오른 바 있는 김상아(37), 슈퍼 루키 정보윤(24), 베트남의 쩐득민(43)과 응우옌 프엉린(31) 선수가 라인업. 항상 막내였던 박정현은 김영원이 귀엽고 신기하며 반갑다.

그 덕에 막내 자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김상아는 예의가 바르다는 점이 큰 귀감이 된다. 그리고 자기를 가장 잘 챙겨 줘서 엄마 같은 언니라고 생각한다. 김준태는 "웃긴 오빠이다."라고 표현한다. 리더이기 때문에 새로 출범하는 구단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쩐득민은 아주 밝아 좋고, 응우옌은 한없이 착해 정신이 맑아진다고.

박정현은 '미녀 당구 선수'라는 표현에 손사래를 친다. "제 동갑내기인 권발해 선수와 장가연 선수만 해도 엄청 미인인데 그 외에도 우리 팀만 하더라도 김상아 선수와 정보윤 선수가 얼마나 미인입니까? 그냥 저는 당구 선수답게 미모가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를 걸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지은 선수가 좋고 또 제일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photo/PBA협회 제공
한지은과는 연맹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미모, 인성, 실력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것. 중학생 때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특별한 취미도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집 앞의 당구 클럽에서 큐를 잡은 뒤 매력에 빠져 김가영의 부친에게 본격적으로 4구를 배우기 시작한 뒤 결국 김가영에게 포켓볼을 배웠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의 창궐로 포켓볼 대회가 현저하게 줄자 3쿠션으로 전향해 김재근 선수에게 배웠다. 이후 김가영의 권유로 PBA로 이적한 뒤 현재 김병호 선수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그녀 역시 김가영처럼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당구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젊어서 복싱을 했던 부친은 현재 인테리어를 하면서 때론 박정현의 운전기사도 한다.
▲photo/조용수 기자 
그녀의 카카오톡에 저장된 노래는 하성운의 'I Wanna'. 가수 중 하성운을 제일 좋아한다. 또래답지 않게 의외로 연예계에 별로 관심이 없다. 중학교 때부터 그저 하성운만 좋아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감명 깊게 감상했다. 영화나 드라마는 로맨스 장르가 좋다. 또 뜻밖에 호러 장르나 고어 장르를 좋아한다. 단 귀신이 안 나와야 한다는 게 전제.

배우 중에는 최우식이 제일 좋다. 맡는 역할들이 재미있는 데다 자신의 눈에는 그의 이미지도 굉장히 재미있다. 당연히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최우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전을 좋아하기 때무이다. 동영상을 감상할 때 몰입하고 긴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말미에 가서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반전이 있는 게 최고이다. '기생충'이 좋았던 이유.

박보검도 좋아한다. 취미는 색칠하기와 미니어처 등 장난감 조립이다. 물론 레고도 포함된다. 시간만 나면 완구점으로 달려가 장난감을 구매한다. 그림 실력은 별로이기 때문에 색칠만 한다. 그 색의 세계에 빠지는 것만으로도 피카소가 된 듯하다. 색은 인간의 감정과 많이 맞닿아 있어서 좋다. 그녀는 문화(정신)보다는 문명(물질)과 더 친숙한 듯하다.
▲photo/조용수 기자 
-"5년 죽었다고 고생하면 50년 편하다는 생각으로 훈련"
겁이 많고 시끄럽거나 번잡스러운 걸 싫어한다. 그래서 노래방에 갈 일이 없다. 성격과 취향은 절대 까다롭지 않다. 그래서 그 어떤 음식이든 잘, 많이 먹는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역시 한식. 짬뽕을 매우 좋아할 만큼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생선회는 일부러 먹으려 하지 않는다. 파스타와 돈가스도 좋아하고 제일 잘 만드는 음식은 김치볶음밥이다.

박정현이라는 이름이 꽤 많은데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 상대방이 가수를 거론하는 바람에 가수 박정현을 알고 있다고. 물론 그녀의 노래는 잘 모른다. 중학교 때 당구에 빠져 방송통신고등학교로 진학해 지금까지 오직 당구에만 전념해 인간관계가 또래에 비해 부족하지만 무척 밝다. 긍정적이다. 그래서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는 편.

영종도 집 근처의 실내 포장마차 같은 데를 친구들과 즐겨 다닌다. 술집은 자주 다녀도 술은 잘 안 마신다. 과거에 소주 2병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집에 들어간 적이 있지만 그건 아주 희귀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식성은 완전한 '소주파'이다. 일단 국물 요리는 다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협업해 만든 돼지고기 보쌈.
▲photo/PBA협회 제공
지난 6월 26일 하림 본사에서 창단식이 있었는데 점심 메뉴가 오리고기였다. 알려졌다시피 하림은 닭고기 전문 업체. "닭고기요? 당연히 좋아하죠. 프라이드치킨도, 닭갈비도, 닭발도 다 잘 먹습니다. 오리고기도 좋아요.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고 그래야 건강하잖아요. 특히 저는 운동선수이니까 체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단백질 보충을 잘해야죠."

아직 어리고, 몸매는 날씬하게 때문에 특별히 가리는 패션 스타일은 없다. 편안한 캐주얼이 좋고, 그래서 당연히 청바지를 선호한다. 화려한 스타일보다는 깔끔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브랜드? 그런 것 가려 본 적 없다. 김병호로부터 "5년 동안만 죽었다 생각하고 고생하라. 그러면 향후 50년이 편안하다."라는 명제를 듣고 그걸 삶의 모토로 삼게 되었다.

매우 낙천적으로 밝아 보이는 그녀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커다란 상처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녀는 할아버지로부터 무한대의 사랑과 응원을 받고 성장했으며 선수로서 활동했다. 프로 무대로 옮긴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장문의 문자 메시지로 손녀의 담대한 도전을 축하하고 응원해 주었다. 그러나 6월 15일 개막전을 못 보고 5월에 눈을 감았다.

"다른 할아버지들도 그러시겠지만 항상 저를 공주라고 부르며 엄청나게 예뻐해 주셨어요. 프로 무대에 선 모습을 꼭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사후 세계가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거기에도 TV가 있을까요? 없더라도 혼령들의 특별한 능력으로 경기를 보실 수 있겠죠? 제가 힘차게, 담대하게 큐를 휘두르는 게 할아버지의 사랑에 보답하는 것이겠죠."
▲photo/조용수 기자 

<보너스: 박정현의 미학>
우아미. 조화롭고 균형 있는 통일적 아름다움. 프로 당구의 세계에 들어오자마자 쓴맛과 단맛을 동시에 맛보았다. 개막전 첫 경기는 부전승이었지만 실질적인 첫 게임인 두 번째 경기에서 패배. 2차 투어 첫 게임 패배. 그러나 경험 적고, 나이 어린 그녀는 당당히 10번째 팀 하림의 부름을 받았다. 이 균형은 그녀에게 총량의 법칙이라는 교훈을 주었다.

숭고미. 현실 세계를 초월한 경건하고 엄숙한 아름다움.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인천에 살고 있으면서도 부모 덕분에 전국 각지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제주도의 바다는 인천과 달랐다.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이고 특히 산이 많다 풍광이 수려해 볼거리가 많다. 아직도 안개가 깔린 바닷가에 홑이불 남실대는 듯한 바람이 좋은 소녀 감성이다.

비장미. 비극적 인식 속의 감동적 아름다움. 집단을 이룬 동물 개체들은 대부분 평등하다. 그러나 인간 세상은 그렇지 않다. 박정현은 '기생충'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기우(최우식)의 가족은 반지하에서 살지만 박 사장(이선균) 가족은 높은 지대의 대저택에서 산다. 기우네는 학벌부터 모든 걸 속이지만 가족끼리는 정직하다. 인생은 엄숙하고 장엄하니까.

골계미. 풍자와 해학의 웃기는 아름다움. 인테리어 업자인 아버지를 닮아 색칠, 미니어처 조립 등에 푹 빠져 있다. 색깔 속에는 다양한 감정과 사건들이 뒤엉켜 있다. 또래들과 하이틴의 낭만으로 추억을 켜켜이 쌓았어야 할 여고 때 방통고를 다녔기에 혼자 있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각종 장난감들과 색의 세계 안에서 벌써 허허로운 웃음을 배웠다.

<글=유진모 칼럼니스트, 사진=조용수 기자&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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