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iards People Focus / 술과 안주가 있는 당구장 ‘큐룸’ 김영만 대표 “추억의 취중다마, 트렌디하게 되살린다”
- People / 유성욱 기자 / 2025-08-24 14:02:27
금융권에서 30여년간 몸담았던 동창이 정년을 몇 년 앞두고 당구장을 오픈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경영이 어려워진 동네 당구장 하나를 어찌어찌 인수한 것 같았다. 동창회에서 ‘돈세다 잠들게 하소서’라는 문구가 적힌 개업 축하 화환을 보냈고, 개업식날 소싯적 당구 좀 쳐봤다는 동창생 무리가 우루루 신장개업 당구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국제식 대대를 처음 봤다는 동창도 있었다. 곧바로 조가 짜여져 당구대 몇 개를 점령했다. 누군가 가져온 치킨에 소주, 맥주가 테이블 위에 펼쳐졌고, 막걸리만 마신다는 누구는 근처 편의점에서 장수막걸리를 봉지 한 가득 사 왔다. 중국집에 짜장과 만두를 시키려고 알아보는 동창놈도 보였다.
그런데, 한참을 불편한 기색으로 지켜보던 누군가가 폭발했다. 당구장을 인수한 동창을 대신해 당구장 운영을 맡은, 또래의 동업자는 당구에 진심인 스포츠맨인 듯 싶었다. 당구장을 인수한 동창이 그 친구를 달래는 모습이 보였고, 개업식날 노출된 동업자의 마찰에 분위기가 쏴해져 게임이 마무리된 팀부터 근처 호프집으로 자리를 떴다. 얼마 후 들려온 소식. 당구장 운영을 둘러싼 갈등에 동창이 당구장에서 손을 뗀 모양이었다. 하지만 수준 높고 격조 있는 당구장을 운영하려는 그 동업자도 어려움이 있었는지, 결국 당구장이 다시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대중이 즐기는 음악의 세계는 분명 ‘팬텀싱어’도 있고 ‘미스터트롯’도 있다. 마찬가지로 세대를 초월한 더 많은 이들이 더 다양한 방법과 모습으로 당구를 즐긴다면 당구층 역시 더욱 확대될 것이고 이는 당구 산업의 최일선에 있는 당구장에게도 더 많은 선택과 기회의 토대를 제공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찰라에 우연히 바로 이 당구장을 만나게 됐다.
‘큐룸’ 당구장은 전체 공간이 프라이빗한 룸 형태로 설계되어 있으며, 룸에서 당구는 물론 음식과 술을 곁들이며 각종 모임과 파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룸에는 별도로 흡연실까지 설치되어 있다. 프라이빗 룸 형태도 특이하지만, 가장 시선을 끄는 것 중 하나가 벽면의 메뉴판. 훈제오리, 모듬소시지, 탕수육, 어묵탕, 반건조오징어 등 10여 가지 이상의 안주와 떡볶이, 라면 등 분식, 그리고 호프를 비롯한 각종 주류가 적힌 메뉴가 ‘취중다마’에 대한 기억 소환과 함께 기대를 부풀린다. 그런데 심지어 메뉴에 적힌 음식과 안주가 맛있다는 평판까지 뒤따른다.
식당카트에 생맥주와 안주를 싣고 룸으로 서빙하고 있는 김영만 대표, 그가 당시에는 없던 새로운 사업모델인 룸당구장을 처음 오픈한 것은 지난 2020년 2월. 주방과 카운터, 룸을 오가는 틈틈이 지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음식과 술을 파는 당구장’이란 모델이 가능했을까? 하물며 노래방에서 맥주 한 병 파는 것도 불법으로 신고되고 단속되는 세상인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접한 당구가 그의 인생이 되어버렸다. 1965년생인 김영만 대표는 마지막 교복세대다. 교복을 걸친 까까숭이가 당구에 빠져 화신백화점 4층에 있던 당구장을 찾아 교복을 사복으로 갈아입고 맨 구석자리 당구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현재 4구 1,000점, 3구 30점의 실력이지만, 사회에 나오기 전에도 300~400점은 찍었다.
코로나로부터는 벗어났지만 자영업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는 신음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당구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당구장 업계도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김영만 대표의 남은 목표는 자신이 오랜기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큐룸&취중다마 모델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결실을 맺는 일이다. 오랜 당구장 운영 경험과 당구재료상 사업 및 당구장 창업&매매 이력, 당구장 인테리어 사업체 운영은 시너지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성공모델인 직영점에서의 운영 노하우도 축적되어 있다.
창업비용은 풀옵션 평당 330만원이라고 한다. 매장 입지선정부터 건물 및 공간에 최적화된 인테리어, 당구재료 및 비품, 식당 및 당구장 관리 교육, 운영 노하우 전수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가장 어두웠을 때가 아침이 다가오는 시간이다. 당구장 업계가 힘들다는 이 시기에도 새로운 컨셉의 당구장이 하나 둘 나타나 변화의 바람을 이끌고 있다. 그 속에 당구의 추억을 당구의 미래로 만들어가는 당구장들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취중다마의 추억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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